주요유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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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주부들의 ‘슬기로운 요리생활’ 동무

『조선요리제법』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문화이자 생활양식의 표현이다. 1900년대, 당시 조선인의 눈에 비친 신기한 신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생소한 음식과 식재료들도 신식이라는 키워드를 달고 빠르게 유행하며 전파되었다. 당시 주부들의 ‘슬기로운 요리생활’ 동무였던 『조선요리제법』과 이 외에 동시기 출판되었던 다양한 요리서들은 개화기의 요리와 음식 문화를 잘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대표하고 유행하는 물건이 있으며 그것에서 파생되는 상품이 생산되고 유통된다. 음식도 그런 분류의 하나로 그 시대의 분위기를 알 수 있게 해주고 나아가 시대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1900년대도 다르지 않아 당시에는 일본식, 서양식 요리가 전해지고 그러한 것들이 신식이라고 일컬어지면서 유행하고 전파되어 갔다. 이때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식자재가 등장하고 조리법이 다양화되었으며 더 많은 식료품의 소비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것이 『조선요리제법』이라는 요리서이다.

 

    『조선요리제법』 목차

 

이 책은 교육자이자 요리연구가인 방신영(方信榮)이 1917년에 초판이 발행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증보를 거듭하면서 출판되었다. 당시로서는 베스트셀러 급이었다고 할 만하다. 가장 많이 보급된 책이 『개정증보改正增補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한성도서, 1942)인데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여덟 번째 증보판인 『주부(主婦)의 동무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이다. 세로 19cm, 가로 12.5cm 크기이며 총 61장으로 구성되었고 1937년에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출판하였다. 이 책은 개정증보를 하면서 내용이 보완되었는데

 

책의 첫머리에는 「어머님 령 앞에」라는 헌사를 싣고, 이어 당시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수였던 김활란(金活蘭)의 서문 「요리 제법 팔판을 맞으며」, 마제시와 정인보(鄭寅普)의 서문, 저자의 서문이 실려 있다. 특히 당시의 뛰어난 국학자 정인보의 서문에는 소설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부탁으로 이 채의 서문을 쓰게 된 사연이 담겨 있다. 그리고 저자의 서문에는 교열작업을 해준 국어학자 이윤재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다.

 

본문은 요리 용어 해석, 중량 비고, 주의할 사항 등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양념법, 분말제조법이 소개되어 있고, 각종 재료와 양념들에 대해 설명한 항목과 조리법, 상 차리는 법, 어린 아이 먹이는 법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또한 서양음식을 소개하고 있는데 버터, 마가린 등의 재료는 물론이고 스프, 커피 끓이는 법 등도 소개하고 있다. 더하여 요리 용어의 해석 편에는 기명, 요리 재료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고 육류의 부위별 설명과 어류의 산지 등도 함께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근대식 한국요리책으로 전래되어 오던 전통 요리법을 정리하고 근대식 조리법을 소개하면서 재료를 개량화하고 대중화에 기여하였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제철 재료를 이용한 조리법과 다양한 음식을 소개한 실용서이자 교육자료이다. 당시 이 책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후 비슷한 책들이 여럿 출판되었는데, 1924년에는 이용기가 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1934년에는 이석만이 쓴 『간편조선요리제법(簡便朝鮮料理製法)』 등이 출판되었다.

 

특히 방신영과 함께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수를 지낸 해리엇 모리스(Harriett Morris)는 1945년 우리나라의 식재료와 요리법에 관한 영문도서인 KOREAN RECIPES를 출판하기도 했다. 이 책은 해리엇 모리스가 방신영의 요리법 강의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저술한 것이라고 하는데, 3•1운동 독립선언서를 외신으로 처음 보도했던 미국인 앨버트 W. 테일러의 후손이 우리 박물관에 기증한 유물에 포함되어 있다. 앨버트 W. 테일러와 메리 L. 테일러 부부의 서울 생활의 추억이 깃든 물건 중 하나로 책 표지 안쪽에 ‘Marry Taylor’라는 서명이 있다.

 

          

     『조선요리법(KOREAN RECIPES)』 표지                      『조선요리법(KOREAN RECIPES)』 내지         

                                                                              

KOREAN RECIPES의 크기는 세로 23cm, 가로15.7cm이며 총 50쪽의 스프링 제본된 단행본이다. 이화여자전문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던 마리온 칸로(Marion Conrow)가 쓴 서문이 실려 있으며 본문에는 밥과 국, 김치, 채소 반찬, 고기 및 생선 반찬, 후식이 차례로 소개되어 있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음식이나 요리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실려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봄, 가을, 겨울의 추천 식단을 소개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봄의 점심메뉴는 흰쌀밥, 채소국, 장조림, 콩나물, 봄김치, 겨울의 저녁메뉴는 쌀에 고구마를 섞은 고구마밥, 곰국, 콩나물, 시금치전, 닭볶음, 오육편육, 동김치, 과일로 구성된 식단을 추천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색인을 수록하여 원하는 항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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